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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장기기증 서약, 기증 권장보다 공감대 형성이 먼저
2017-02-08 10:47 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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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장기 이식을 말기 환자의 표준치료로 인정하고 있다. 장기 이식이 생명을 연장할 뿐 아니라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법을 알고 있는데도 기증 장기가 없어서 이식을 못 받고, 사망하는 환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08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관련 학계에서는 ‘이스탄불 선언’을 통해 각 국가가 이식에 필요한 장기 기증자를 적극 발굴하여 자급하도록 권고했다. 장기 기증 활성화 노력과 함께 생명나눔법도 일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는 ‘전 국민 사후 자동기증’을 제도화했다. 장기 기증 의사확인 방법으로는 옵트 인(OPT IN), 옵트 아웃(OPT OUT)이 있다. 

 

옵트 인은 기증하려는 자가 반드시 평소에 장기 또는 조직을 기증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해야 기증자가 될 수 있는 제도다. 반면 이번에 프랑스에서 선택한 옵트 아웃이란 뇌사가 된 환자가 평소 기증에 확실한 반대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으면 기증에 찬성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인터넷을 통해 끊임없이 배달되는 메일에 대해 일일이 수취 거부를 하지 않으면 정보 제공자들은 고객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채, 상대방에 의해 자신의 의사가 결정된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옵트 아웃 제도를 실시하더라도 가족들의 기증 반대가 있을 경우는 기증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국가도 있다. 옵트 아웃 제도도 다양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초등학교 시절에 장기 기증 거부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일차로 표시하게 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처음 결정한 기증 반대 의사를 바꿀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한국의 장기 기증은 옵트 인 제도를 따르고 있으며, 이 제도가 장기 기증 활성화의 장애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왜냐하면 본인의 기증 의사가 있었더라도 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여전히 기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옵트 아웃 제도 역시 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장기를 기증하게 하지는 않는다. 가족의 동의 여부에 대해 각국이 다른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옵트 아웃 제도를 채택한 국가의 장기 기증률이 15~20% 높다고 하지만, 일부 설문조사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특히 옵트 아웃 제도는 가족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장기 기증을 결정할 수 있다는 데 대한 국민들의 저항 때문에 자칫 장기 기증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 수가 국민의 5%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좀 더 많은 국민들이 장기 이식의 장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 기증이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데 절대적이라는 사실에 긍정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성숙될 때까지는 기증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무리하게 옵트 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금 국내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국가 차원의 홍보 및 교육 활동이다.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의료보험증 등의 발급 시 적극적인 장기 기증 의사 확인운동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가와 의료진은 최선을 다해서 공정하고 투명한 기증 과정을 구축하는 한편 생명을 나누어준 분들과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가족들의 숭고한 정신이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조원현 | 계명대 의대 교수(전 대한이식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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