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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마지막 선택 '장기기증'…"여전히 인식 바뀌지 않았다"

작성일 2021.04.12

 

 

 

[메디파나뉴스 = 박선혜 기자] 생애 마지막(End of life)의 선택 '장기기증'. 하지만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20여년 전 첫 관련 법률이 생겼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기증에 대한 사회적‧의료적 관점이 명확히 뿌리 내리지 못한 지금, 대한이식학회는 오늘도 '기증자를 위한 입장'에서 바라보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메디파나뉴스는 하종원 대한이식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을 만나 이식에 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성과 이를 위한 학회 측의 노력에 대해 들어봤다.

 

하 이사장은 "2000년 장기‧인체조직기증 관련 정책이 처음 설립되고 10년 만인 2010년 전면 재개정을 이뤘다. 이제는 마지막 개정을 목표로 이번 대한이식학회 춘계학술대회를 통해 학회 내 전문가들과 논의 자리를 마련했다"며 "여기서 주요 키워드는 '인식' 문제였다. 정의에 대한 문제부터 국민, 정부, 의료진 각각의 관점 모두 개선점이 필요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정책적 관점, '뇌사=죽음' 인정할 것인가

 

하 이사장은 "우리나라 법률 상 사망의 정의가 따로 없다. 예전에는 심폐가 정지하면 사망이라고 했지만, 의료 발전으로 기계를 통한 심폐 순환이 가능해지면서 이 역시 의미가 퇴화되고 있다"면서 "사실상 심폐 정지로 인한 사망도 결국 뇌로 피가 전달되지 않아 뇌가 죽게 되는 걸 뜻한다. 그렇다면 심장이 아닌 뇌가 죽는 것을 죽음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즉 심폐 사망이 아닌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금과 같이 뇌사 판정 후에도 기증을 결정하기 전까지 인공호흡기 등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정말로 환자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환자의 사망선언과 장기기증과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식은 장기기증을 하면 그 사람을 포기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뇌사는 죽음과 다름없다는 관점을 기반으로 장기기증이 더 이상 사회적 행위가 아닌 의료적 행위임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제기했다.

 

◆"의료인, 윤리적 의무 지켜야"…연명의료에 부딪힌 기증자 발굴

 

또 다른 문제는 '연명의료결정제도'에서 비롯됐다. '호스피스'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의료진 수가 지급 방안이 기증자 발굴을 더디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 이사장은 "2018년도부터 시작된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등을 하지 않겠다는 동의를 받으면 해당 의료진에게 수가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으로 실시됐다"며 "최근엔 연명의료중단을 먼저 권유해버리기 때문에 뇌사, 혹은 사망임박 전 기증 권유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애 마지막 케어 중 하나가 장기기증 동의라고 생각한다.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료인의 의무고 그 일례로 기증 동의를 물어보는 것 자체도 의료법 윤리의식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증을 통해 그 사람의 한 부분이 다른 곳에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개념이 필요하다. 기증 동의 요청이 의사에게 하나의 부가적 업무가 아닌 윤리적 의무라고 느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증자 입장에서 접근…'장기기증'에 자랑스러운 시민의식 갖도록

 

하 이사장은 2009년부터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맡아 운영해 오면서 '기증 문화'가 정부의 '장기 매매'식으로 변질돼버린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매체에서 다뤄진 취재 내용에서 장기기증한 유가족들에게 '얼마를 받고 장기기증을 했느냐'는 질문을 이슈화한 것은 기증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그는 꼬집었다.

 

그는 "수혜자가 아닌 기증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장기 기증을 권유할 때 유가족들이 가장 와닿게 생각하는 부분은 '환자의 한 부분이 어디선가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며 "기증자 스스로도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 누군가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고 자랑스러워할수 있도록 시민의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학회 측에서는 유관단체와 장기기증 인식개선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환자 및 국민을 위한 교육용 교재를 출판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정부에 기증자 및 사회공헌에 공헌한 시민을 기념하기 위한 공원 설립을 요청하는 등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 이사장은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바꿀 점들이 많이 있지만 조금씩 늘어가는 기증률과 국민의 긍정적인 의견들로 볼 때 충분히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며 "학회도 학술대회, 논문연구, 캠페인 등을 통해 장기기증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