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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중단 후 '심장死 장기기증' 국내 첫 사례
작성일 2021.06.18
[서울=뉴시스]고려대 안암병원 중환자외과 이재명 교수팀은 국내 첫 연명의료 중단 후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CD)' 성공 사례를 대한의학회(JKMS) 학술지를 통해 발표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진= 뉴시스DB) 2021.05.21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내에서 뇌사가 아닌 연명의료 중단 후 심장이 멈춰 사망한 것이 확인된 환자로부터 사망 직후 빠른 시간 안에 장기를 확보해 이식하는 장기 기증이 처음으로 이뤄졌다.
고려대 안암병원 중환자외과 이재명 교수팀은 국내 첫 연명의료 중단 후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CD)' 성공 사례를 대한의학회(JKMS) 학술지를 통해 발표했다고 15일 밝혔다. 국내에서 연명의료 중단은 지난 2018년 2월 합법화됐다. 지금까지 연명의료 중단 후 DCD는 심장이 멈춘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구득해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증자는 뇌출혈로 뇌사에 가까운 뇌손상 상태에 빠진 52세 남성이다. 2~3일 간격으로 5번의 뇌파검사를 시행한 결과 '바빈스키 반사'가 있었지만 이틀 뒤 사라졌다.
바빈스키 반사란 신생아에게서 볼 수 있는 반사 중 하나로 발바닥을 자극했을 때 엄지 발가락을 포함한 발의 앞쪽이 쫙 펼쳐졌다가 오므러드는 반응을 말한다. 생후 약 12~18개월 후 반사 반응이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2세 이상 또는 성인에게서 바빈스키 반사가 있는 경우 뇌나 뇌신경계의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환자의 가족들은 의료진과 논의해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이 위급한 다른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없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의학적 시술로 임정과정의 기간만 연장하는 것을 뜻한다.
환자는 지난해 7월3일 오후 7시30분 수술실로 옮겨졌다. 의료진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승압제(혈압을 높이는 약물)투여를 중단하자 8시15분 심장이 완전히 멈춰 몸 전체에 대한 혈액 공급이 멈췄다. 이후 5분 간 환자에게 접촉하지 않고 관찰한 결과 자가소생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사망을 선언했다. 간과 2개의 신장은 각각 3명의 수혜자에게 기증됐다.
국내에서 장기기증이 확대되려면 '뇌사자 장기기증'에서 'DCD'로 사망자 장기기증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인구 100만명당 생체 기증자 비율은 전 세계 2위다.
해외에선 이미 10여 년 전부터 DCD가 시행돼 보편적인 장기기증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은 전체 장기기증 가운데 DCD 비중이 40~50%에 달한다. 스페인의 경우 DCD 비중이 2013년 9.6%에서 2017년 26%로 확대됐다.
이재명 교수팀은 "국내 첫 DCD 성공을 통해 국내에서도 DCD가 활발히 시행되면 이식대기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이식 대기자 수에 비해 장기 기증자 수가 턱 없이 부족한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