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장기기증이 위기에 빠지자 비대면 시스템 활성화로 극복했다. 기증기관과 병원이 협력해 기존 대면 시스템 유지에도 노력했다.
미국은 장기기증 문화가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미국에는 57개 장기 조달 기관과 267개 이식 센터가 있다. 장기기증 관련 프로그램도 884건에 이른다. 이 기관들은 모두 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UNOS)으로 연결돼있다.
코로나19로 지난 해 한 때 20% 가까이 감소했던 장기기증은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더 늘어났다.
미국은 지난 해 인구 100만명 당 장기기증자 수가 38.4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9.6명인 한국보다 4배 높은 것은 물론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36.9명보다 높다.
지난 1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개최한 '2021 KODA 글로벌 포럼'에 참석한 미국 장기기증 프로그램인 'Gift of Life'의 Howard Nathan 이사장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장기기증이 원활했던 이유로 대면과 비대면 양측에서 장기기증 기관과 병원의 협력 체계가 구축된 점을 꼽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 우려가 높아지자 장기기증 기관들은 원격 시스템으로 전환을 서둘렀다.
Narthan 이사장은 "우리 직원들끼리 서로 더 자주 연락했고 병원 담당 교수들과도 지속적으로 대화했다. Zoom이나 iPad FaceTime을 이용해 화상으로 기증 대상자 가족들과 면담을 가졌던 것도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직원이나 의료진에 대한 교육도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이식 전문가나 중환자실 관계자들과 함께 대규모 회의도 진행했다.
대면 부분에서도 장기기증 기관과 병원이 협력했다. 병원들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코디네이터가 병원과 중환자실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장기기증 기관들은 PCR 검사 등 자체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검사실을 갖춰 방역에 주의를 기울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코로나19 기간 주별 평균 175건까지 줄었던 미국 장기기증 건수는 올해 평균 268건으로 회복됐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242건을 상회한다.
Narthan 이사장은 "사망으로 인한 기증자 수가 지난 해 전년도보다 약 1,000건 이상 늘었다. 올해는 2,000건에서 최대 3,000건까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역시 대면 영역을 유지하고 새롭게 비대면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러나 법·제도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었다.
장기조직기증원은 코로나19 확산과 장기기증에 대한 낮은 인식이 맞물려 의료기관과 협력도 원활하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사망으로 인한 장기기증 비율이 높아 장기기증에서 뇌사 추정자 확보가 관건이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월별 평균 뇌사자 통보 건은 지난 2019년 217건에서 지난 해 166건, 올해 173건으로 코로나19 전보다 각각 24%, 20% 하락했다.
코디네이터의 의료기관 홍보 및 방문 활동도 제한됐다. 지난 해 기증원이 진행한 병원 홍보 및 방문활동은 2019년 대비 36.4% 감소했다. 수도권 의료기관 중 기증 홍보가 가능했던 곳은 38%에 불과했다.
기증원 추민영 부장은 "장기기증 과정에서 병원 중환자실 면회 시간에 진행되는 면담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다수 병원이 중환자실 출입을 제한했고 특히 뇌사 판정 대상자 관리 의료기관 중 홍보가 가능했던 기관은 한 군데도 없었다"면서 "이런 영향으로 수도권 의료기관 기증율은 지난 해 전년도 대비 38.9%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증원은 이런 병원 내 대면 영역 축소 흐름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거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지난 해 병원 전자의무기록(EMR)과 연계해 뇌사 추정자 통보를 진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참여하는 병원은 아직까지 5곳에 그친다.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하종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제도적 제약으로 장기기증 기관과 병원 사이에 정보 공유가 어렵다"면서 "기증원처럼 정부 산하 기관이 업무를 수행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제한을 받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 이영우 사무관은 "비단 장기기증 뿐만 아니라 의료 접근성 문제에 대한 논의와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장기기증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 합당한 정보 접근성이 마련돼야 한다는데 공감한다"면서 "복지부도 '뇌사 추정자 통보 자동화 시스템' 구축 등 접근성 개선을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법 개정에 이런 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