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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환자 위해 조혈모세포 기증한 춘천교구 김도형 신부

작성일 2022.03.16

 

‘2만 분의 1’ 생명 나눔에 당첨됐으니 기꺼이 골수 기증해야죠!




“생명 나눔이라는 고귀한 선행에 제가 당첨된 셈이죠.”

김도형(춘천교구 만천본당 주임) 신부는 최근 혈액암을 앓는 환자를 위해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데 대해 ‘당첨’이라고 표현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행 복권에 당첨됐다는 것이다. 김 신부는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에서 조혈조직이 꼭 맞는 환자를 위해 조혈모세포 기증해달라는 다급한 연락이 왔을 때, ‘내게 좋은 일을 할 기회가 왔구나!’ 하고 이내 기증 의사를 밝혔다.

김 신부가 기증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해 10월. 신학생 때 학교에서 기증 신청을 한 이후 잊고 지냈는데, 조직이 맞는 환자가 생겨 지난해 연락을 받게 된 것이다. 여러 차례 반송됐던 우편물이 새 주소를 찾아 김 신부 앞에 당도했을 때, 그는 ‘기증 신청 뒤 18년 만에 찾아온 나눔의 기회’라 여겼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환자를 떠올리며 사전 검사에 적극 임했고, 지난 2월 23~25일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가톨릭교회는 주님께 받은 성체 성혈의 깊은 은총에 감사하며 생명을 나누는 조혈모세포 기증과 장기기증을 권장한다. 아름다운 생명 나눔 행위를 통해 다른 이에게 새 삶과 희망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혈모세포 기증은 환자와 기증자 간 조직 적합성 항원(HLA) 유전 형질이 일치해야 하는데, 이 확률이 2만 분의 1에 불과하다. 2021년 말 기준 국내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 등록 누적 인원은 38만여 명, 이식을 기다린 이는 4500여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실제 기증이 이뤄진 경우는 350여 건에 불과했다. 기증 신청을 했어도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도 있고, 의사를 밝힌 뒤 최종 검사에서 여러 이유로 불발되는 경우도 많다. 김 신부가 ‘당첨’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신부는 “처음엔 ‘아프진 않을까?’하는 인간적 두려움도 일었지만, 이식을 기다리는 분이 오랫동안 겪었을 아픔에 비하자면, 제겐 잠깐 있을 불편함이라 여겼다”면서 “기증 의사를 밝힌 뒤로 지속적으로 검사를 받고, 건강 상태도 잘 유지하며 신경 썼다”고 전했다.

김 신부는 본당 신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일주일 ‘휴가’만 냈다. 대신 교구장 김주영 주교에게 내용을 전했는데, 한걸음에 달려온 김 주교는 “교구청 사제들과 함께 본당 미사를 주례할 테니, 사목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오히려 김 주교는 앞으로 건강하게 사목할 수 있도록 일주일 더 쉬도록 해줬다. 교구청 사제들이 만촌성당에서 미사할 날짜도 직접 계획해준 김 주교는 4차례나 본당 미사를 주례했다. 교우들은 그제야 본당 신부가 휴가가 아니라, 조혈모세포 기증이라는 큰 선행을 하러 간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기도로 동참하고 “고생 많으셨다”며 격려해줬다.

김 신부는 “사제로서 누군가를 위해 내어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여겨왔을 뿐이며, 특별히 주교님과 신부님, 신자 여러분께서 많은 배려를 해주신 덕에 제게 찾아온 기회를 잘 수행할 수 있었다”면서 “암흑과도 같이 생명의 끝자락에 계셨을 환자분께는 마지막 크나큰 희망이셨을 것이라 여기며, 제 일부를 나눠 받은 환자분께서 희망의 새 삶을 살아가시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