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부터 뇌전증을 앓던 20대 청년이 예기치 못한 낙상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지고는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해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9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뇌전증을 앓던 고(故) 장준엽(20)씨는 지난 22일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뇌사상태에 빠졌고 지난달 27일 충북대병원에서 심장, 폐장, 간장(간 분할), 췌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2001년 12월 청주에서 태어난 장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뇌전증을 앓기 시작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먼저 나서서 발표를 하는 등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태권도 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오랜기간 태권도와 복싱도 배워 건강했다고 한다. 뇌전증 증상이 보이고부터는 가족들은 장씨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장씨는 오는 7월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전증 치료를 위한 뇌수술이 예정돼 있어 더 안타까움이 컸다. 가족들은 수술이 잘 되면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내년에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장씨의 아버지 장영수씨는 “다른 생명을 살리겠다는 숭고한 의미의 기증보다는 살아날 가망이 없는 아들이 빨리 편안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증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씨는 뇌사로 누워있는 아들의 귀에 대고 “우리 준엽이, 더 이상 아픔 없는 천국으로 가서 행복하게 잘 쉬라”며 “살아생전에는 친구가 없었지만 하늘에서는 좋은 친구들하고 즐겁게 잘 지내. 네 동생이 멋진 어른이 되고, 아빠도 열심히 살아서 나중에 찾으러 갈게”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사랑하는 아들이 짧게 살아온 만큼 다른 이에게 가서 잘 지내길 바란다며 기증을 결심해주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