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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코로나19로 폐 기능 잃은 멕시코 교민, 국내에서 이식받고 회복
작성일 2021.02.09
"저희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폐 이식이 꼭 필요합니다!"
멕시코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폐가 망가져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50대 교민이 국내로 이송돼 성공적으로 폐 이식 수술을 마쳤다.
서울아산병원은 멕시코에서 자영업을 하던 50대 여성 교민 김충영 씨(55)가 9월 국내에서 폐 이식 수술을 마친 뒤 오늘 퇴원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서울아산병원에는 김 씨의 아들 정재준 씨(34)가 보낸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정 씨의 어머니가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 기능을 거의 잃었는데 멕시코 현지에서 치료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6월 멕시코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김 씨는 멕시코시티 소재의 한 병원에 입원했지만 3일 만에 폐렴이 악화했다. 인공호흡기를 착용했지만 패혈성 쇼크 진단까지 받았다.
김 씨는 코로나19 음성 판정 후에도 후유증으로 폐섬유증까지 앓았다. 현지 의료진은 김 씨의 가족에게 치료가 어려우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까지 전한 상황이었다.
김 씨를 살리기 위해 가족들은 7월 24일 에어 앰뷸런스(환자전용 수송기)를 이용해 멕시코 동북부 몬테레이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 멕시코에서 유일하게 폐 이식에 성공한 곳이었다.
김 씨는 이곳에서 에크모(ECMO, 인공심폐기)를 이용해 큰 위기를 넘겼지만 폐 섬유화로 폐의 90% 이상이 딱딱하게 굳어 폐 기능을 모두 상실했다. 김 씨를 살릴 방법은 폐 이식밖에 남지 않은 것이었다.
현지 의료진은 김 씨 가족에게 폐 이식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멕시코는 폐 이식 경험이 많지 않고 장기 기증 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아 사실상 이식 가능성은 희박했다.
절망에 빠진 아들 정 씨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지구 반대편 고국에 있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어머니를 살려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확인한 서울아산병원 폐 이식팀은 멕시코 현지 의료진과 연락해 김 씨의 상태를 파악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폐 이식팀이 본 김 씨의 상태는 폐 이식 진행과 수술 후 회복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폐 이식팀은 여러 차례 논의 끝에 김 씨의 이식 수술을 결정했지만, 당시 의식도 없던 김 씨를 한국으로 이송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결국 김 씨 가족과 의료진은 에어 앰뷸런스 업체와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김 씨를 국내로 이송했다. 에크모와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김 씨는 멕시코 의료진 두 명과 몬테레이 공항을 출발해 캐나다 밴쿠버 공항,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 공항, 러시아 캄차카 공항을 거쳐 24시간 비행 끝에 8월 9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진 김 씨는 폐 이식 대기자로 등록됐다. 여러 번 거부반응 끝에 국내 도착 한 달여 만인 9월 11일 김 씨에게 이식 가능한 뇌사자의 폐가 나왔다. 의료진은 이날 10시간 넘는 대수술 끝에 김 씨의 폐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 씨는 폐를 이식받은 후에도 오랫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했고 폐 기능도 예상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환자 치료로 고비를 넘긴 김 씨는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고 퇴원을 앞두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폐렴과 패혈증, 폐섬유증까지 생겨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막막한 상황에서 가족과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폐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감격, 가족과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한 생각뿐이다"라고 밝혔다.
아들 정 씨는 "폐 이식 진행이 불가능한 멕시코에서 다시는 어머니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매일이 지옥 같았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보낸 한 통의 메일에 폐 이식팀 모두가 하나 되어 움직였고,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어머니를 보니 꿈만 같다. 폐 이식팀 의료진들의 따뜻한 마음이 깜깜했던 우리 가족의 앞날을 다시 밝게 만들었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흉부외과 교수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던 재외국민을 고국에서 살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메일 한 통이지만 서울아산병원 폐 이식팀의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과 가족들의 강한 의지가 만나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었고, 김 씨는 건강을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홍상범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김 씨는 이송 당시 워낙 위중한 상태였지만 수술 후 환자와 모든 의료진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특히 폐 이식 후 중환자실과 병동에서 모든 간호사의 환자를 중심으로 한 팀워크가 있었기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폐 이식팀은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폐 이식을 받은 환자 130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 5년 생존율 62%를 기록했다. 1년, 3년 생존율도 각각 81%, 69%로 국내 폐 이식 생존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였다. 그동안 간이나 심장 등 다른 장기에 비해 생존율이 낮아 이식 수술을 망설였던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YTN 2020-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