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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콩팥병 신장이식… 절반 만 절개로 흉터·통증 줄인다 [출처] - 국민일보

작성일 2021.08.31

이식 받으려면 평균 5년이상 대기
신장 이식 환자 5년 생존율 95%
서울성모병원, 국내서 유일한
10㎝ 정도 절개 이식 수술 시행
환자들은 회복 속도 빨라 만족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박순철(왼쪽) 교수가 만성 콩팥병 환자의 신장 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노령 인구와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늘면서 콩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좌·우 한 개씩 있는 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으로 내보내고 혈압을 조절한다. 몸을 순환한 혈액이 콩팥에 들어오면 ‘사구체’란 조직에서 물과 전해질, 각종 대사 찌꺼기들이 여과되는데, 콩팥 기능이 점점 나빠져 말기 신부전 상태가 되면 생명을 크게 위협받는다.

이런 만성 콩팥질환자들의 경우 결국 콩팥을 대신하는 ‘신장대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흔히 알려진 혈액·복막 투석이 여기 해당된다. 일종의 ‘인공 신장’을 활용한 방법이다.

하지만 투석 치료는 몇 시간 동안 투석 기계를 끼고 있어야 하는 등 여러 불편과 고통을 동반한다. 이 때문에 뇌사 기증이나 생체 공여를 통한 신장 이식이 최적, 최후의 치료로 인정받고 있다. 신장 이식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5%(2019년 기준)로 혈액 투석(77%), 복막 투석(71.5%)에 비해 훨씬 높다.

다만 안타깝게도 공여자 부족으로 많은 환자들이 신장 이식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5월 기준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받으려 등록한 환자는 2만5400여명에 달한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박순철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30일 “이식을 하려면 평균 5년을 기다려야 하고 대기하다 사망하는 만성 신부전 환자가 2019년 기준 930여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생체 신장 공여 및 이식의 경우 혈액형이나 조직형 일치가 중요해 과거엔 주로 친족 간에 이뤄졌으나 새로운 면역 약물 개발 등으로 부부 간을 포함한 비혈연 간 이식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혈액형이 서로 맞지 않는 공여자와 수혜자 간 이식, 즉 ‘혈액형 불이치 신장 이식’은 공여자 부족과 오랜 대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따르면 2019년 시행된 생체 신장 이식 1499건 가운데 29.3%(440건)가 혈액형 불일치 이식이었다. 치료 성적도 혈액형 일치 이식과 비교해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전통적 신장 이식 수술(왼쪽)과 최소 절개 방식 수술에 의한 흉터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여기에 ‘최소 피부 절개법’이라는 진화된 신장 이식 기술 도입도 환자 만족도와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전통적 이식 수술에선 공여받은 신장을 왼쪽 혹은 오른쪽 아랫배에 ‘L’자 모양의 피부 절개창을 만들고 끼워넣게 되는데, 통상 20~25㎝의 큰 상처를 내야 한다.

콩팥은 몸 속 깊은 곳 즉, 옆구리 뒤쪽의 후복막에 위치해 있다. 이식 신장 역시 방광과의 연결 등을 고려해 후복막에 넓은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긴 형태의 피부 절개가 필요하다. 보통 자기 주먹 만한 콩팥 크기의 2~3배 정도 절개를 해야 이식하는데 무리가 없다. 이식된 신장은 주변 혈관과 요관, 방광 등과 정밀하게 연결돼야 제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단 전통적 신장 이식 수술은 큰 흉터가 남아 속옷을 입었을 때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 최근 작은 구멍을 뚫어 시행하는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신장 이식 사례도 소수 보고되고 있으나 보편적으로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성모병원 박순철 교수팀은 2006년부터 비키니 라인에 기존 방식의 절반 크기인 10㎝ 정도만 절개하는 최소 절개 신장 이식 수술을 선도적으로 시행해 오고 있다. 국내에선 유일하다.

아직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 이하의 비교적 마른 체형으로, 이식 신장의 혈관 연결에 제약이 없는 일부 환자들이 대상이다. 환자 입장에선 흉터와 통증이 적고 회복 속도가 빠르며 미용적 효과가 좋아 만족도가 높다.

박 교수는 “BMI가 26 이상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경우 후복막까지 깊이가 상대적으로 더하기 때문에 이식 신장의 동·정맥 길이가 일정한 상황에서 시야와 공간이 좁아 정확한 혈관 연결이 어렵다”고 했다. 또 마른 체형이어도 ‘장골 동·정맥’(골반 내 장기에 존재)의 위치가 해부학적으로 깊거나 동맥경화 등으로 혈관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도 적용하기 힘들 수 있다.

박 교수팀은 최근까지 7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최소 절개 방식의 신장 이식에 성공했다. 이들 환자의 수술 상처에 대한 만족도와 이식 신장의 기능 및 생존율, 수술 후 합병증에 있어 기존 방식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해외 학술지에 두 차례 발표하기도 했다. 더구나 5년간 장기 추적관찰에서 이식 신장의 생존율은 92.3%로 기존 방식(85.7%)보다 더 높게 나왔다.

박 교수는 “일부 환자에 제한된 기준에 따라 선택적으로 시행되는 이식 방법이지만 환자 만족도가 매우 커서 적용 범위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면서 “BMI 25 이하에 국한하지 않고 개인별 해부학적 상황을 고려해 환자들의 요구를 가급적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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