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센터
새생명장기기증운동본부와 함께 생명나눔을 시작해보세요.
[신문] 장기기증자를 예우하는 기념일이 필요하다
작성일 2021.02.08
“뇌사자 장기기증자를 기념하고, 그의 가족들을 예우하는 사회 분위기가 돼야 해요. 그래야 뇌사자 장기기증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이 절실합니다.”
한림대학교강동성심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삼열(외과) 교수는 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족들은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하기까지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리기 마련이다. 고인의 장기 기증여부를 두고 유족간에 격론이 오갈 수 있고, 이웃들이 비딱한 시선으로 오해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이 교수가 뇌사자 장기기증을 결정하기까지 가족들이 받았을 고통을 위로하고, 뇌사자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기념일 제정과 예우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의료의 기본은 ‘Do no harm!’이에요. 최대한 해(害)를 끼치지 말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생체 장기기증은 기증자의 온전한 신체 보전과 안전성의 측면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이에 비해 뇌사자 장기기증은 한번으로도 많은 수의 장기를 제공해줄 수 있죠. 뇌사자 1명이 한꺼번에 5~6명에게 새생명을 나누어 줄 수 있으니까요. 이종장기와 복제장기 등의 방법이 일상화되지 않는 한 뇌사자 장기기증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난 2011년 한해 동안 뇌사로 장기를 기증한 장기기증자는 386명이었다. 2010년도에 비해 37.3% 증가하면서 양적인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2012년에는 409명으로 11.1% 증가에 그쳐 증가추세가 주춤해졌다.
우리 현실을 외국에 비교하면 더욱 후진적이다. 뇌혈관병변(CVA)과 자동차사고(MVA)에 의한 뇌손상으로 사망한 뇌사자를 인구 10만명 당 기준으로 산출한 장기기증 지수(Donation Effiency Index, pmp)인 DEI 지수로 보면 스페인은 0.055, 미국과 프랑스 0.042, 포르투갈과 헝가리 0.01정도인데 비해 한국은 0.0028에 불과하다. 스페인의 경우 뇌사자 장기기증자 수가 우리나라보다 19.6배 많다.
지난해까지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2,950명이다. 일주일에 3일 병원에서 와서 4시간씩 신장투석을 받는 신장이식 대기 환자의 경우 보통 4년은 걸려야 순번이 돌아온다고 이 교수는 지적한다.
매년 뇌사자 장기이식이 올해 목표(500명)보다 2배 많은 1,000명은 돼야 장기수급의 극심한 정체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지금까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를 훼손할 수 없다는 유교의식이 장기기증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었어요. 지난 20여년 동안 국민의식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장기기증 본연의 뜻을 살리는 게 필요해요. 미국의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참고할 필요가 있어요.”
캘리포니아 ‘로즈 퍼레이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Rose Parade’ 행사를 매년 1월 1일에 연다. 뇌사 장기기증자를 기리는 날이다. 퍼레이드에는 꽃잎으로 꾸며진 마차가 등장한다. 마차에는 기증자들의 사진이 있고, 이식을 받은 사람이나 기증자의 가족들이 마차를 타고 거리 행렬을 한다. 기증자와 이식자 가족들이 옷을 맞춰 입고 팀을 이뤄 다양한 행사도 펼친다.
캘리포니아주는 또 주정부 차원에서 장기기증 활성화를 지원한다. 캘리포니아주 면허국(DMV)은 자동차운전면허증을 발급하면서 운전자들이 장기기증을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질문지를 배포해 작성하도록 한다. ‘장기기증 희망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2(인터넷에서 ♡표시로 쓰이는 용어. 사랑의 의미)를 기부하겠습니다’라는 설문도 진행한다.
“미국은 16살부터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어요. 때문에 청소년 시기부터 장기기증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죠. 장기기증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거죠. 정말 배워야 할 점인 것 같습니다.”
의사들이 먼저 나서야
이 교수는 지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미시간대와 위스콘신대, 콜롬비아대 장기이식센터를 돌면서 연수를 받았다. 신장과 췌장이식 분야 전문가인 이 교수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교수는 뇌사자 장기활성화에 의사들이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사실 치료하던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졌을 때 보호자를 면담하면서 더이상 치료가 의미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게 없어요. 보호자 못지않게 고통스럽답니다. 하지만 장기기증의 숭고한 뜻을 설명하고 권유하는 일도 의사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장기기증운동본부 등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례를 치른 후에야 뇌사자 장기기증 방법이 있는 것을 알았다는 보호자들도 적지 않다. 뇌사자 장기기증 방법을 몰랐다는 얘기다. 알고 있더라도 대부분 방송매체(48.9%)를 통해 얻은 것이며, 의료인을 통한 정보습득은 33%에 불과했다.
“지난 2011년에 개정된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은 다른 법에 비해 신고의무를 위반한 의료인들을 무겁게 처벌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오히려 움츠러들게 하고 있죠.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인을 개선하는 게 필요합니다.”
[人side&人sight]한림대학교강동성심병원 이삼열 교수
청년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