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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장기기증 동의했는데 실상은 기증이 안 된다?
작성일 2021.02.09
가장 슬픈 죽음의 순간 가장 아름다운 기부가 시작된다. 장기기증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을 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소중한 나눔활동이다. 장기기증은 ▲사후각막기증 ▲뇌사자기증 ▲인체조직기증 ▲생존 시 신장기증 등 4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특히 뇌사자기증은 각막(2), 폐(2), 심장, 간, 췌장 등 9명을 살릴 수 있어 ‘SAVE9’라 불리지만 기증인원이 적어 기약 없이 기다리는 환자가 많다. 실제로 질병관리청 ‘장기이식대기자 및 기증자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대기자는 4만1262명으로 사상 처음 4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보호자의 장기이식 동의율 미미
장기이식대기자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장기이식절차에 있다. 현행법상 장기이식을 위해서는 장기이식희망자의 보호자동의를 받아야한다.
문제는 국내 보호자의 장기이식 동의율은 고작 33%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뇌사판정을 받은 2484명 환자 중 실제 이식까지 이어진 뇌사자는 450명에 그쳤다. 이는 장기기증이 활발한 미국, 캐나다, 크로아티아 등의 동의율 90% 이상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질병관리청 장기기증지원과 김기철 과장은 “뇌사 시 또는 생존 시 기증할 수 있는 장기종류의 차이가 큰데 이중 뇌사자기증은 가장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기증자가 줄어든 데는 사회문화, 유족처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보다 장기기증 관련 인식은 개선
올해 5월 영국에서는 ‘맥스와 키이라법’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장기기증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옵트아웃(opt-out)’제도의 일환으로 장기기증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기증여부를 밝히지 않은 사람까지 잠재적 기증자로 추정해 사후에 장기기증을 진행하는 제도다.
옵트아웃제도는 영국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아르헨티나, 스페인, 벨기에 등 여러 국가에서 도입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옵트아웃제도는 아니지만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장기기증 동의여부를 확인, 장기기증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과거보다 장기기증에 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모바일과 홈페이지를 통한 장기기증희망등록자는 1만961명으로 지난해 대비 200% 늘었다. 이는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할 수 있는 나이를 만19세에서 만16세로 낮추면서 젊은층의 호응이 커진 게 주요인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사무처장은 “장기이식대기자가 이식받기까지 평균 1200일 가까이 기다려야한다”며 “현행법상 가족이 동의하지 않으면 뇌사자 장기기증이 불가능한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인식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장기기증 활성화 위해 제도개선 시급
장기기증희망등록자는 증가했지만 아직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그 대안으로 많은 의료진들이 장기기증대상자를 뇌사자에서 ‘심정지환자’까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스페인 등 여러 유럽국가에서 이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영국 전체장기기증의 약 42%, 네덜란드 59%가 ‘심정지 후 장기기증’이다.
또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기증 후 유족에 관한 처우개선도 이뤄져야한다. 2017년 10월 다수의 장기기증신청자가 신청의사를 철회하는 일이 발생했다. 장기기증 사후처리문제 때문이다.